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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이 생각나는 18여년전의 행복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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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스프 한 그릇이 주었던 행복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겨울날, 저는 출근 버스를 타기 위해 강남역에서 버스가 있는 방향으로 부지런히 걷고 있었습니다. 그떄만해도 아침에만 운영하는 빵부페도 있었고, 푸드트럭, 한줄에 1,000원하던 김밥도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그날따라 푸드트럭들을 지나쳐 걷고 있는데 유난히 한 곳의 푸드트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곳에서 팔고 있는 것은 '스프'였어요. 그때만해도 푸드트럭은 떡볶이같은 분식이나, 아침에는 샌드위치같은 것들이 주였기 때문에 스프는 참 저에게는 신기한 품목이었습니다. 마침 아직 버스탈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던 터라 그 중 익숙한 '크림스프' 한 그릇을 주문했었지요. 그날의 날씨는 유난히 추워 손도 얼굴도 꽁꽁 언 느낌이었었더랬습니다. 주문하고 잠시뒤 커피컵에 담겨나온 크림스프를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따뜻함에 순간 너무 좋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크림스프를 뜨거운 커피마시듯 후루룩 한 입 마셨을 때,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럽고 진한 맛은 그날의 추위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감자와 양파의 고소함, 그리고 크림이 부드럽게 어우러져 마치 마음속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얼었던 손끝도, 출근하기 싫어서 짜증나던 마음도 점차 사라져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놓친 작은 행복들이 사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지 않았나.' 그저 크림스프 한 그릇, 간단한 음식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삶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크림스프 한 그릇은 그저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잠시나마 잊고 있던 '여유'를 되돌려 준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런 작은 소소함으로 정말 큰 행복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 게기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길을 걸으며 푸드트럭을 찾게 되었고, 그 첫날처럼의 큰 행복감은 아니지만, 새롭고 즐거운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만족감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크림스프 한 그릇이 나에게 주었던 행복은, 단순히 겨울의 추위를 피하는 것을 넘어, 그 순간을 진심으로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은 사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작은 일상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게 되면서, 저는 제가 우연히 느끼는 작은 즐거움들도 결국은 내 삶의 행복이고, 그것들을 모으고 모으면 결국 나의 삶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큰 밑거름이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해 겨울이 지나고나서는 그 스프 푸드트럭을 다시 만날수 없어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때의 스프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이렇게 작고 소소하고 평범한 음식 하나가 뜻밖의 큰 행복을 주는 경험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행복들을 모으고 모아.. 인생을 만들어가보려 합니다. 그러면 제 인생은 행복으로 가득찰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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